정치는 왜 필요할까? 정부의 존재이유 알아보기

 가끔 정치와 관련된 대화를 할 때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이다. 푸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이야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정말 나라는 나한테 해준 게 없을까?  그럼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 정부는 왜 존재하는 걸까? 오늘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인터넷 강국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어디서든 무료 WIFI를 사용할 수 있고 빠른 인터넷 속도에 감탄한다고 한다. 사실 지금 젊은 세대는 이게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현재의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정부'의 역할이 컸다. 1999년 정부는 28조의 예산을 들여서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를 계획했다. 그때 내가 중학생쯤이었는데 한참 TV광고에 메가패스라면서 초고속 인터넷망 가입을 권유하는 광고들이 나왔고 PC방이라는 게 갑자기 엄청나게 생겨났던 거 같다. 사실 1999년이면 우리나라가 한참 IMF를 겪고 있을 때이다. 28조라는 돈으로 당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나 영세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왜 그 당시에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를 우선으로 둔 것일까? 만약 그때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1. 비슷하면서도 다른 '정부'와 '시장'

정부가 하는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시장'과 비교를 해야 한다. 여기서 '시장'은 대가가 있는, 교환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쉽게 예를 들어 시장을 '기업'이라고 생각해보자. 정부의 역할을 기업이 대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A도시와 B도시를 연결하는 도로가 필요하다면 기업이 A도시와 B도시 사람들에게 돈을 걷어 도로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돈을 걷었는데 도로를 만들 수 있는 비용에 훨씬 못 미친다면 기업은 도로를 만들까? 여기서 '정부'와 '시장'의 차이가 드러난다. 바로 '시장'은 철저하게 '이윤'을 따진다는 것이다. 이걸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그것이 바로 정부의 존재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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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부의 존재 이유

 정부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시장'이 할 수 없거나, (이익이 없어) 하기 싫어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군대'이다. 군대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회에 꼭 필요하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혹은 영원히 일어나지 말아야 될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집단이지만 이것을 '시장'이 만들 순 없다. 또 시장이 만들 수 없는 게 '법원'이다. 시장은 철저히 이윤을 따라 선택하지만 어떠한 이익관계없이 공평해야 하는 곳이 바로 '법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재벌-정치권-법조계의 카르텔을 생각해본다면 씁쓸하다.) 또한 정부는 시장 경기를 안정시키는 역할도 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한다. 경제 호황과 불황은 사이클은 타는데 호황일 때는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고 불황일 때는 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의 '뉴딜정책'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하게 조선업이 불황일 때 선박과 항공기를 정부가 구매해서 조선업의 활성화를 도왔다. 

 

 정부가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모든 국민이 마땅히 누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마땅히 누릴 '권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회의 균등'사상에 입각한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이다. 또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생활보장'의 권리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마땅히 누릴 '권리'란게 참 애매하다. 이게 사람들마다 생활환경, 직업, 가치관에 따라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학교의 '무상급식'이다.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지만 처음에는 정부의 역할을 무시하는 과도한 포퓰리즘이라는 의견과 무상급식 역시 의무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마땅히 누릴 '권리'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부는 국민의 어떤 '권리'까지 보장하는 게 맞을까? 참 애매하고 어렵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서 이 '권리'라는 것을 가지고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든다. 그게 실행 가능한지 포퓰리즘인지는 우리들이 잘 보고 판단하여야 한다.

 

3. 결론

지금까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알아보았다. 정리해보면 눈에 보이는 '이익'을 따지지 않으면서 사회가 꼭 필요한 '공공재'를 만들고 또한 당연해서 잘 보이지 않는 '권리'를 보장하는 정부가 우리들 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래서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는 소리가 나온 게 아닐까. 하지만 꼭 알아야 할 것이, 정부 이외에는 이런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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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임진희, 김연수, 명영준, 여예원, 장다예, 정윤주 지음, <정치는 잘 모르는데요>, 21세기북스, 2018